현대한국화의 채색공간 구성연구
채색은 색을 칠하되 아교를 고착료로 사용하며 천연안료를 개어서 그리는 것으로 발색효과가 특유한 질료적 특성을 얻을 수 있는 표현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동양에서 채색은 사혁(謝赫)의 육법(六法)가운데 수류부채(隨類賦彩)의 기초가 되며 우주의 만상(萬象)을 묘사하고자 할 때는 선(線)과 필촉(筆觸)의 미(美)와 함께, 채색(彩色)의 조화에도 힘써야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채색에 대하여 왕원기(王原祁, 1642-1715)의 회화이론을 빌리자면 ‘색 속에 먹이 있고, 먹중에 색이 있다.’고 하여 먹과 색을 같은 개념으로 보았다. 이러한 동양의 이론은 채색에 먹을 포함시켜 먹과 채색을 조화 . 통일의 관계로 하나에 귀결됨을 시사한다. 연구자는 이를 토대로 연구자의 작품에 나타난 먹과 채색의 조화로 이루어진 채색공간의 구성을 연구하였다.
채색을 통해 이루어진 채색공간은 이러한 먹과 채색이 조화되어 만들어 내는 공간이다. 여기서 공간(空間)이란 사전적의미로 아무것도 없이 비어 있는 지면의 공간을 의미한다. 동양화에서 공간은 선이나 색, 면 등을 아우르는 기능을 함으로써 없음으로서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기에 비로소 중심이 된다. 즉 채색공간은 구성된 선과 면, 색등이 어우러지면서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현대 한국화에서 채색공간은 오랜 역사를 토대로 전개되어 왔으며 여기에는 크게 조선 초기 수묵화가 중국으로부터 유입되고 근현대에 일본화에 의한 채색화와 서구 모더니즘 영향의 추상화의 도입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변화와 실험을 통해 전개되어 왔다. 채색공간은 유교문화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의 시대사적배경을 갖는다.
특히 현대는 자신을 드러내는 사회적 풍조와 맞물려 한국화에서도 다양한 재료와 실험을 통한 모색들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연구자는 전통 재료인 먹과 채색을 혼용하여 꽃과 자연물을 모티프로 채색공간을 구성하고자 하였다. 여기에는 현대인의 고뇌, 소외, 갈등과 같은 인간의 감정을 위로하고 정화하는데 뜻을 더하고자 한다. 이러한 예술적 실현과 마주하는 시간은 도시에서 소담하게 피어있는 꽃과 마주하는 때이며 짧은 마주함의 여운은 마음의 여유로움을 갖게 한다.
꽃, 자연물을 표현해 내는 데는 연구자의 감정이나 정신을 투사(投射)하여 그 대상과의 융화를 의식하는 감정이입(感情移入)과 자연의 품에 안기는 순간에 갖는 행복감 즉 무욕성(無慾成)을 갖는 자연주의적인 태도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태도는 조선후기 백자의 걸작 달 항아리에서 느끼는 넉넉함과 여유로움과 같은 소박함이 느껴지는 한국미와 귀결되는 부분이다. 이러한 한국미의 조형요소로 온화하고 유려한 곡선은 여유로움을 상징하며 소담하게 피어있는 꽃과 어우러진 채색공간을 통해 연구자는 현대인들에게 잠깐의 정신적 휴양과 같은 여유를 제공 하고자 한다.
연구자의 채색공간의 구성구조는 면적, 채도, 색상, 명도부분으로 구분하여 설명될 수 있다.
첫째 면적에서는 가장 밝은 면, 중간 밝은 면, 어두운 면, 아주 어두운 면으로 크게 4면으로 나눠볼 수 있다. 이 때 연구자의 작품은 가장 밝은 면 또는 중간 밝은 면이 지배적이다. 여기에는 여백을 두어 화면을 비워 둠으로써 여백은 묘사된 대상이외의 부분으로 특히 동양화에서는 기(氣)의 표상으로 여겨졌다. 연구자는 여유로움과 같은 여유와 여운을 양성하는 공간으로 여백을 활용하고자 하였다.
둘째, 채도는 색채가 가지고 있는 힘, 강도(intensity) 혹은 순수성의 정도를 말한다. 숫자가 증가함은 채도의 순수성이나 강함을 의미하는데 연구작에서는 높은 채도를 보이고 있어 일부 작품들을 제외하고 담채보다는 농채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셋째, 색상에서는 먼셀색채표기법을 기본으로 색채와 색채들 간의 간격들을 기준으로 주로 짧은 간격들 간의 유사색상들을 사용하여 채색이 간결하게 이루어 졌음을 특징으로 한다.
넷째, 명도는 명도단계를 1부터 9까지 9단계를 기준으로 하였을 때 5에서 9까지의 높은 명도와 명도간의 거리가 짧은 단명도 구조를 보이고 있어 중간단명도를 특징으로 한다.
따라서 연구자의 채색공간의 구성구조는 중간명도구조을 특징으로 하며 채도부분에서는 높은 채도로 표현되어 담채표현보다는 농도가 짙은 강한 느낌을 특징으로 한다.
이같은 분석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연구자가 말하고자하는 한국미의 조형요소 중 여유로움과 소박함의 표현은 중간 밝은 면을 지배적으로 하며 여백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유사색상으로 간결하게 이루어진 공간은 중간명도 구조를 이루고 있다. 결과적으로 현대 한국화에서 소박함으로 일컬어지는 한국미의 조형요소는 이러한 특징을 지닌 채색공간을 가질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2011. 6 안해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