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오정미 - We don’t know for cert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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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훼의 전치(轉置, displacement)를 통한 알레고리 - We don’t know for certain
  
1.
회화사에서 화훼는 인간의 삶의 특정 사안에 관련한 주요역할을 하는 전치기능으로 등장하여 수많은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다.
동양에서의 화훼는 주로 기복적 성격의 대리물이나 주술적인 성격을 지닌 상징물로 처음 등장하였다. 이들의 경우는 화훼가 독립된 화제로 등장하기 보다는 작품의 일부분으로 등장하였다. 대체로 고대에 나타난 화훼를 이용한 전치는 집단무의식(collective unconscious)이 내포하고 있는 사회사적 주제의식을 드러내려 하였다. 예를 들면, 개인의 기복적 의미와 국가적 의미의 태평성대와 같은 내용을 화훼의 형상을 빌려 상징하는 형태가 집단적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서는 개인무의식(personal unconscious) 을 기반으로 한 상징적 표출로서 표현되고 있다. 이러한 표출방법은 전치를 통하여 환유와 은유, 그리고 알레고리를 형성하는 결과를 야기했다. 그 중 알레고리(allegory)는 속내를 전달하고자 하는 주체가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고, 비교가 될 수 있는 사물을 빌려 이야기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즉, 주체가 아닌, 주체의 대리물(代理物, surrogate)이자 타자(他者, others)를 빌려 속내를 말하는 ‘풍자(諷刺)’와 같은 말이다. 이를 바탕으로 할 때 알레고리의 특성은 ‘애매성’을 매개로 ‘다의미(polysinn)’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 알레고리 속에 들어있는󰡐다의미’는 이중적 의미로서 일차적인 의미인󰡐표면적 의미’와 이차적인 의미인󰡐숨은 의미󰡑로 구분된다. 이 점은 상징철학자인 수잔 랭거(Susan K. Langer, 1895 ~1985)의 상징론과 존재의미론을 살펴보면 그 과정을 더욱 잘 알 수 있다. 랭거는 ‘의미의 감각적 성질’을 부정하고, 관계론의 입장에서 ‘의미의 복수적 관계’를 제기하였다. 의미를 하나의 관계로 보고 의미는 복수사항을 통해서 이루어지며, 감각적 성질이 아니라 사항의 기능으로 보았다.

2.
이러한 상황에 맞추어 연구자의 화훼는 여성성의 본질을 대리한다. 화훼가 지닌 아름다움을 빌려 인간의 삶이 갖는 영원에 대한 욕망과 함께 사회 속에서 여성이 갖는 이중적 속성과 이로 인해 야기되는 모호성을 드러내기 위한 대리물인 것이다. 즉, 화훼는 아름다움으로 드러나지만 그 순간까지의 과정에서 참고 견디는 인내의 고통을 은폐하고 순간을 ‘영원’으로 만끽하고자 하는 욕망의 전치물이라 할 수 있다. 바탕의 표현은 색을 여러 번 중복하여 쌓아올린 후에 물감과 물로 지우고 쌓아올리기를 거듭한 얼룩과 스크레치의 표현을 통해 현실의 시간을 인내와 고통으로 참아내며 내면으로 삭이는 형상을 의미한다. 인고의 시간위에 화훼는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시간을 영위하고픈 욕망으로 환상을 드러낸다.
동시에 전치된 화훼는 여성이 사회제도적 억압에 반발하면서도 희생과 인내를 감내하는 ‘이중적인 감성’을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외관의 형태는 아름답지만 그 본질은 아름다움의 욕망이 추함으로 드러나도록 과장된 잎맥과 결을 강조함으로써, 내면을 덮고 가식적인 외관으로의 삶에 대해 무게를 두었음을 의미한다. 이 같은 연구자의 중의적인 의미는 화훼가 지닌 본질을 현대여성이 지닌 다의적인 면들을 부각시키기 위한 대리물로 보고 여성의 유비로 이해하여 표현한 것이다. 여성이 지닌 다의적인 면의 근원에는 사회적 조건 속에서 남성과 다른 특성을 지닌 데서 그 차별성이 발생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차이는 생물학적 성차별(difference in gender)은 물론 사회적 성차별(difference in sexuality)상태에서 기인한다. 우리나라의 전통여성들은 가부장적 제도 속에서 인내하고 희생적인 여성을 강조하여 왔다. 여성들은 불평등에 반발함과 동시에 현실에 안주하고 희생을 받아들이려 하는 데서 다의적인 여성성을 지닌다고 보고 이 점에 입각해, 연구자는 여성이 사회적 억압에서 발생하는 여성적 감수성의 무의식적 표출로 표현하였다. 즉, 현실 속에서 욕망보다는 사회적 억압에 갈등하면서도 이성적 지배하에 자신을 속박함으로써 가졌던 콤플렉스와 자학으로 인한 트라우마의 화훼로 전치시켜 표출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화훼의 일부를 변종으로 표현하면서도 나머지 부분에 대한 불확실성을 통해 현대의 사회상과 인간상에서도 우리는 모든 개체에 대하여 확실히 인지하지 못함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절단된 화훼가 갖는 극대화된 표정을 부각시켜 보이는 부분을 통해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한 의미를 질문하며 ‘은폐’되어 드러나지 않는 이면을 상상을 통하여 연상시킴으로써 화훼 뒤에 숨겨진 의미를 유추해 볼 수 있도록 하였다. 보이는 일부분은 결코 전체가 될 수 없지만 전체를 유추해 볼 수 있으며, 유추한 형상이 사실일 수 있으나 한편으로는 허상인 것이다. 실재와 부재의 공존은 현실에서 항상 존재하며 사고의 개념을 불특정하게 만든다. 아름다운 화훼는 여성의 한 단면으로 실재 속에는 욕망의 억압이 존재하고, 부재하는 허상의 공간 속에는 결핍의 완성이 존재한다. 화훼에 내재된 여성성의 표현은 부계사회에서 구축되는 여성성과 그러한 고정관념에 대한 거부를 의미하며 여성적 실존에 대한 자기 성찰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3.
결과적으로 연구자의 작품에 나타나나는 화훼의 전치는 여성성의 면모에서 영원성, 이중성, 모호성을 컨셉의 동기로 지니고 내면에는 욕망과 억압, 은폐와 개시, 가식과 안식 이라는 환유들을 함의한다. 양면적인 내용의 환유들은 중복되고 응축되면서 작품에 내포되어 하나의 은유적 표현을 형성하게 된다. 응축을 일으켜 변환된 은유는 원래의 의미가 전환되어 다의미를 가지는 작가주체가 되어 알레고리로 형상화 된다. 이것은 ‘환유는 응축과 중복을 통하여 방향전환이 되어 원래의 의미와는 다른 은유적 성격을 형성하게 된다.’는 라캉의 해석에 입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라캉은 무의식을 일련의 조직화되지 못한 충동이 아니라 논리적으로 구조되어 있다고 보았다. 그리하여 라캉은 언어의 차원에서 무의식을 재해석하여 서로에 대한 관계의 결과라고 강조한다. 다시 말해서 무의식은 의식되어 있는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담론들이다. 이러한 담론들은 작품의 기표에 환유를 설정하게 하는 관계를 설정하는 것이다.
연구자의 화훼는 현실적 리얼리즘에 근거하는 형상 속에 현대여성으로서 느끼는 억압에 의한 반발과 수용이라는 양면적인 모습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도상을 일부분만 현전하여 부재를 환기시키고 결핍은 욕망을 가져와 욕망의 환유는 끝없는 결핍을 낳고 결핍과 욕망의 관계 속에서 존재, 주체가 정체성을 갖는 알레고리가 되는 것이다.

2011, 6월  오 정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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