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를 그리다 _
1.
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나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체이며 이는 우주의 질서이다. 그러나 인위적 산물들로 발달을 추구해온 현대 사회에서 인간은 자연을 의식하지 못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자연의 가치와 자신이 처한 위기도 인식하지 못해왔다. 이러한 인간이 미래에 대한 불안과 현실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친환경(eco)’이라는 말을 빌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고자 노력하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어쩌면 자연을 그리워하는 인간의 마음은 인간이 사회를 형성하고 발전시켜 오면서 끊임없이 느껴온 것일지도 모른다. 첨단 기술과 문명으로 편리함을 누리면서도 자연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 못하고, 많은 예술가들이 자연을 표현하고 많은 사상가들이 자연에 대한 주장을 외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와유(臥遊)’라 부르며 산수화를 바라보던 선인들은 이미 자연의 존재가치를 알고 있었을 것이다. 제작 원인과 표현 기법이 다르고, 감상 방법과 향유 계층은 다르지만, 수 세기에 걸쳐 이어져 내려온 자연에 대한 표현이 있었다. 그들의 철리적(哲理的)ㆍ이상적 자연관의 발로(發露)인 산수화는 문명에 빠져 현재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자연과 연결해주는 매개체가 되어줄 것이다. 본 전시도 자연산수 표현의 정수인 한국 산수화를 이해하고 재해석하여 도자 조형 예술로 새롭게 표현함으로써 관람객들에게 산수화의 정취를 느끼게 하고자 하였다.
2.
금강산 일만이천봉 봉우리마다 지닌 뜻은
서로 다른 기상과 서로 다른 의미와 서로 다른 소리
바람이 분다
흙과 바람과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정신과 시간과 공간이 만들어내는
풍경소리가 있다
깊고 영원한 시간과 공간으로 확장되는 순간이다
산이 흔들리고 물고기는 하늘을 난다
보이는 것은 사라지고 자유만 남는다
공자의 요산요수(樂山樂水)도
노자의 무위자연(無爲自然)도
은거(隱居)하던 선비도
모두 사라지고 자유만 남았다
자유로운 자연이 그곳에 있다
산과 물고기가 되어 노닐면 그곳에서는 자유가 된다
바람이 되어 노닐면 서로 다른 인생이 된다.
3.
극도로 복잡해지고 발전하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휴가철만 되면 인위적 공간에서 벗어나 자연을 찾아 나서는 심리에는 공통점이 있다. 자연의 옷 자락 한 귀퉁이만 잡아도 마음이 시원해지고 해방감과 편안함, 유연함을 느끼는 것은 수천 년 역사 속에서 인간이 자연과 교감하고 존재해 왔다는 사실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또한 오랜 역사 동안 자연에 대해 느끼고, 생각하고 고찰한 자연관도 무시할 수 없는 것임에 분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의 삶에서 산수는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글자 그대로의 산과 물이라는 의미보다는 그 공간이 지닌 특별한 의미, 그에 대한 개념, 그에 속하는 모든 아름다움과 감성들까지도 내포하고 있는 것이 ‘산수(山水)’인 것이다. 그렇기에 동양 산수화에는 서양 풍경화와는 다르게 철학적, 문학적 의미가 깊이 내재되어 있다. 동양적 미의식을 그대로 반영한 산수화는 동양회화의 정수라 할 수 있을 것이며, 그 예술정신은 현대인들에게 값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과거에서 현재로 이르는 한국 산수화의 느낌을 흙을 재료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관객들이 산수화라는 이야기를 통해 그 즐거움과 그 정취를 느낌으로써 선인들의 자연관과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 것이다.